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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31일 화요일

Batik Fashion show

바띡 패션쇼


인도네시아의 명물, 전통 옷감 바띡에 관해서는 몇 달 전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 족자에서 바띡 패션쇼가 열린다고 해서
친구와 함께 구경하러 갔다.  
입장료 80,000 루삐아
우리 돈으로 약 만 원 정도!
인도네시아 물가에 비해 왜 이렇게 비싸나 했더니,
호텔 가 제공되는 쇼였다.


호텔 로비에 바띡을 만드는 여인이 작업 중이었다.
그나저나 그림 회전은 어떻게 하는거야? ㅠㅠ

이렇게 손님들이 드나드는 소란스러운 공간에서
온전히 작품에 집중할 수 있을까 하는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패션쇼 행사장 입구에 도착.
 사진촬영, 방명록 기재, 각종 바띡 옷과 액세서리 판매 등
찾아오신 많은 사람들로 북적북적 붐볐다.


바띡 소재로 만든 블라우스를 입은 릴라
나도 무난한 옷차림에 바띡 숄을 어깨에 살짝 두르고 갔다. 


Santika Hotel은 처음 와보는데 인도네시아 전통 분위기가 강하고
고전적인 인테리어가 우아해 보이는 4성급 호텔이었다.

정성스럽게 마련된 음식들!

Haha, oh Lila~~
we have to calm down! we came for fashion show, not for the food!

보기 좋고, 맛있기까지 한 음식들 덕분에 더욱 즐거웠던 시간

귀여운 테이블 받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쪽에 새겨진 한글 "식사 하세요"
"맛있게 드세요" 정도로 수정하면 더 좋을 듯 했다.

쇼를 기다리는 중 한 컷
이 날 일본인이냐는 질문을 두 번이나 받았다.
난 코리언이라구요!!

이 날 행사 진행자가 바띡 숄이 멋지다며 인터뷰를 요청해 왔다.
짧은 인도네시아어로 몇마디 대답한 후, 호텔 할인권도 받았다.^^



패션쇼 중간중간에, 잔잔히 흐르는 라이브 음악도 좋았다.

바띡 드레스를 입은 모델들의 모습.
발랄한 워킹이 인상적이었던 모델.

가장 마음에 들었던 드레스.
바띡 옷감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푸른 빛깔이 무척이나 밝고 예뻐보였다.
저런 상큼한 드레스를 입고 인도네시아의 아름다운 해변을 당장 거닐고 싶은 심정!

오드리 햅번을 연상시키는 드레스
바띡 천으로 저런 디자인의 작품도 만들 수가 있구나...
그 동안 바띡은 나이든 여성들을 위한 옷이라고 여겨왔던 내 편견이 깨진 하루였다.


30여 분 동안의 모델들의 워킹이 끝나고 마지막 디자이너의 인사 무대.
지금 막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여자분이 이번 쇼를 주최한 디자이너다.
으레 그러하듯 바띡을 단순히 전통적 디자인에만 이용하지 않고
과감하고 독창적으로 모던한 드레스들을 선보인
그녀의 센스가 돋보이는 쇼였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전통 옷을 사랑하고
꾸준히 그 전통을 지켜가려고 노력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의 모습에 부러움이 솟기도 했다.
다음 달에 한국에 휴가 가면,
한복 입고 신라호텔에 점심이나 먹으러 갈까부다.


2011년 5월 30일 월요일

학생들과 수영장 나들이

학생들과 UNY 수영장 나들이

나른한 토요일 오후, 학생들에게 문자가 왔다.
"Ibu Kim, nanti sore berenang bisa tidak? kalo bisa ke kolam UNY jam 4"
이부 김, 오후에 수영하시겠어요? 괜찮으시면 UNY수영장으로 4시까지 오세요

그래, 오늘은 학생들과 수영이다.
OK 답장을 보낸 뒤, 부랴부랴 수영용품을 챙겨들고 UNY수영장으로 향했다.
UNY는 University Negeri Yogyakarta의 약어로 족자카르타 공립 대학교이다.
체육관련 학과가 매우 유명하고, 인도네시아의 전통 춤이나 puncaksila와 같은 전통 무예 학과도 있다.
족자카르타 내에서 내가 일하는 가자마다 대학교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학교라고 들었다.
캠퍼스도 매우 크고, 시설도 좋은 것 같다. 이렇게 다이빙대까지 갖춘 커다란 수영장도 있고...


UNY 수영장에는 풀이 총 5개 있는데, 우리가 이 날 수영한 풀은 7미터 깊이다. @.@

학생들이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윰과 다누, 그리고 요가... 리즈키와 따다는 오는 길이라고 했다.
6,000루삐아.
우리돈으로 약 800원 정도의 입장료를 내고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즐거운 수영 시작.
6학기 학생들 Danu, Ayum, Tada, Yoga
이제 이 학생들은 KKN이라고 하는 2달짜리 봉사활동에 참여한 후,
각각 논문 작성에 들어갈 것이다.
곧 이별을 앞두고 있는 졸업반 학생들,
정이 참 많이 들었는데...
그래도 선생님과 제자로 인연을 맺은 것은 변함 없을테니까... ^-^
하하하, 내가 제일 신나 보인다.

수영하다가 먹는 도넛은 꿀맛입니다.
신나게 수영하며 노느라 벌써 해가 저물어 버렸다.
이 날 운 좋게도 UNY학생들의 수중발레 연습을 볼 수 있었다. 
절묘하게 잡아낸 사진 한 장.  

우리 학생들... 수중 발레를 따라해 보겠다고 난리다. ㅎㅎㅎ


수영이 끝나고
뜨끈한 국물을 찾아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Mie ayam pangsit kuah라는 음식. 학생들이 추천해 준 메뉴다.
야채와 면이 든 그릇에 닭국물로 맛을 낸 만두국을 부어서 먹는 요리.
난 인도네시아 음식이
다 맛있다. ㅜㅜ

오늘만큼은 나도 이들과 함께 대학생으로 돌아갔다.
사람많은 수영장에서 우리끼리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하고,
천 원짜리 면 한그릇에 행복하고,
또 마음 통하는 이들과 함께여서 신나게 웃을 수 있었다.

오늘도 행복한 추억하나를 가슴에 새긴다.

2011년 5월 27일 금요일

종강 그리고 강의평가


나는 복받은 사람
드디어 2010/2011년도 2학기 강의가 모두 끝났다.
지난 7월 말 족자카르타에 처음 오자마자 적응할 새도 없이 바로 수업에 들어가서
어리버리 첫 학기를 마쳤다면,
이번 2학기는 어느정도 적응도 하고, 학교 시스템도 웬만큼 이해하고,
학생들과도 친숙해져서 보다 원활한 수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수업준비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새벽 1시가 되든 개의치 않고 나름 열심히 공부했고,
아침 7시 수업을 위해 나서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 학생들 앞에선 미소를 지었다.
아니, 웃음이 절로 나오고 행복했다.
그러면서 나는 정말 천직이 교사가 맞구나 라고 항상 생각했다.

오늘 아쉬운 끝인사와 함께 수업을 마무리 하면서 강의 평가서를 돌리고 교실을 나섰다.
그리고 오후까지 학생들이 익명으로 제출하는 평가서를 기다렸다.
익명이기에 가슴에 상처가 남는 말이 있을 수도 있고,
 모든 학생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기에
갖가지 불평과 불만이 적혀있을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하며...

그런데 이건 정말...
ㅜㅜ

나는 정말 정말 복받은 사람이다!
나를 너무나도 행복하게 만드는 강의평가서들!
내 지난 1년 간의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듯
50여 명의 학생들에게 단 한 줄의 불평도 듣지 않고
너무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받았다.


우리 선생님은 최고입니다!

우리 사랑하는 김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보고싶을 거예요 다음에 만나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재미있었어요^^
우릴 가르쳐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선생님 대박!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 예쁜 선생님^^

어쩜... 이렇게 좋은 평가를 해 주는지...ㅜㅜ
너무나 부족한게 많은 이 못난 선생에게
정말 큰 사랑을 주는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한 제자들이다.

모든 수업이 만족스러웠고 앞으로도 함께하길 바란다는 말
이외에 나를 교사로서 더욱 기쁘게 하는 말이 있을까?

아침 수업은 학생들도 힘겨웠나보다.
다음번에는 이른 아침수업은 삼가해달란다 ㅎㅎ
그 밖의 개선 사항에는 야외 수업을 넣어주세요
우리 토론 수업 더 많이 해요 등이 있었다.

언니처럼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나도 사랑합니다. 우리 학생들^^

Dosen ini sangat baik dan murah seyum...
murah는 싸다 저렴하다 흔하다 라는 뜻이고
senyum은 웃다 미소짓다 라는 뜻이다
내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싼 웃음을 지었다....
는 건 아니고 ㅎㅎ
늘 미소를 간직한 채 수업에 임했다는 뜻이다.
정말 생각해보니, 지난 한 학기 내내 늘 웃는 모습만 보여준 것 같다.
나를 웃게 만든건 다 저희들인데 ^^

그리고 오늘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원래도 웃음이 많기는 하지만
유독 지난 학기 내내 학생들 앞에서 웃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학생들이 착하고, 나를 믿고 잘 따라와 준 이유도 매우 컸지만,
과연 이러한 이유뿐이었을까? 
 내가 한국에서 중학교 수업을 할 때도,
또 드센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입시반 학원강사를 할때도
이렇게 늘 웃음을 짓고 살았던가...
대학 때 꿈꾸던 이상적인 교육자의 모습이 아니라
그저 학생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하고 윽박지르던 내 모습.
입시위주의 한국에서는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웠던 내 지난 모습들...

1년 인도네시아에서의 생활을 돌이켜 보면,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이 곳 삶의 질적 수준도, 환경도, 돈도, 사람도 아니다.
내가 과연 옳은 결정을 한 것인지,
한국에서의 삶을 접어두고
이 곳에 한국어 봉사를 하겠다고 온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미래를 고민하며 잠 못 이루던 밤들
그리고 가끔 밀려드는 불안과 회의감,
그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지난 주부터 슬슬 시작된 슬럼프 때문에
 친한 언니에게 전화로 한 시간동안 하소연을 하기도 했었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어디냐고,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이 맞느냐고...
그런데 오늘 그 해답이 명쾌하게 내려졌다.
며칠전 오래 묵혀둔 펀드가 25퍼센트 수익률을 내서
가만히 앉아 공돈을 벌었을 때도 오늘만큼 기쁘진 않았다.
비록 종이쪼가리에 불과한 문서들이지만
오늘 이 강의평가서가 나를 저 구름위로 훨훨 날아가게 만들었다.
사람은 물질만을 쫓아서도 남들에게 인정받는 삶을 산다해도
결코 마음속 깊이 행복해 질 수 없다는 이 단순한 진리를 체험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 동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가장 기쁜 일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웃음이 떠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단지 그 사실을 내가 깨닫지 못했을 뿐.
오늘로 그간 일주일동안의 슬럼프는 끝이 났다.

그래,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있는 나는 지금
얼마나 복받은 사람이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