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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25일 금요일

대선 정국을 거치며, 인도네시아 민주주의 성장을 함께 목격하다



지난 22일 인도네시아 대통령  최종 발표를 기다리던 어느 한국어 수업 시간. 학생들은 대선 결과 발표 직후에 폭동이일어날 수도 있으니 나에게 바깥 출입을 되도록 하지 말라며 이런저런 걱정들을 내비쳤다. 외국인이나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은 지난 1998년 폭동 당시처럼 집단 유혈사태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면서, 선생님은 중국인처럼 생겼으니 특히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해 주면서 말이다. 이미 재벌급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은 잠시 해외로 나가 있는 사례가 많다면서, 유례없이 너무도 팽팽한 두 대선 후보간의 접전이라 어느 한 쪽이 이기든지 간에 결과에 반발하는 지지자들 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자신들도 불안해하는 눈치였다. 빈민으로 태어나 중부자바의 작은 도시인 수라카르타의 시장에서 자카르타 주지사를 거쳐 단숨에 유력 대선 후보에 오른 돌풍의 주인공 조코위 후보는 개혁적, 친서민적 성향으로 젊은층과 서민층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데, 만약 조코위 후보가 당선되지 않을 경우 많은 국민들이 반감을 가지고 폭동을 일으킬  있다고 우려했다. 독재자 수하르토 대통령의 둘째 사위였던 프라보 수비안토후보는 저명한 경제학자 집안의 자제로 인도네시아 육사를 졸업하고 군장성을 거쳐 군과 보수층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데, 프라보워 후보가 당선되지 않을 경우 군을 일으켜 쿠데타를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결과가 어찌되었든 정국이 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는 추측들이 난무하며 학생들은 나를 지레 겁먹게 하고 있었다.
수하르토 대통령이 집권했던 30년 간의 독재 체제가 끝나고, 2004년 유도요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재선을 거쳐 이끌어 온 지난 10년간 인도네시아는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민주주의 제도 역시 빠르게 자리를 잡아 왔다. 지난 98년 유혈 사태 이후, 시간이흐르면서 국민들의 의식 수준도 높아졌고, 정치적인 안정을 바탕으로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어 중산층 역시 크게 성장하였다. 이렇듯 최근 일련의 발전 상황을 바라보면 불미스러운 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낙관하면서도, 그런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수만은 없는 혼란한 상황에서 대선 결과가 발표되기를 기다렸다. 2억 4천만의 서로 다른 인종들이 모여 사는 이 거대한 나라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과 여론을 수렴하여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는 일이 어디쉽겠는가. 대선 투표 이후 최종 발표까지 13일이라는 기간 동안 뉴스와 신문 각 방송사들마저 두 패로 나뉘어 각기 다른 예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지들 사이에 계속되는 분열과 갈등 상태에 놓여 있어야 했다.
드디어 최종 대선 결과가 발표되고 조코위 후보가 53%의 득표율로 승리했다는 소식이 전세계로 뻗어나갔다. 별다른 사태 없이 조용히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는 국민들의 분위기와 달리 경쟁자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는 개표 공식 발표 불과 몇 시간 전 선거 과정에서 발을 빼고, 이번 선거에 대규모 부정이 있었다며 선거 결과에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가 우려했던 혼란스러운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고, 학생들과 시국을 걱정했던 일들은 기우였음이 기분 좋게 드러났다. 아직은 뒤숭숭한 국내 분위기 속에서도 많은 인도네시아인들은 따스한관심과 애정으로 그들의 대통령에게 기대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3개 정당이 연정을 이룬 형태로 대통령 후보에 나섰기에 당장 내각 구성 문제부터 시작하여 조코위 당선자의 국정 운영의 앞날에 많은 갈등 예상되지만, 개혁적친서민적소통형 리더로서 사랑받아 온 조코위 당선자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를 더욱 공고히 다지고, 인도네시아에 지속적 발전을 가져오는 새바람을 일으키는 주역이 되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