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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0일 금요일

족자의 보행자 도로

족자카르타에 제대로 된 도보환경이 갖추어지길 바라며...


가자마다 대학교의 거의 모든 학생들은 오토바이를 가지고 있다.
비단 우리 학교 학생들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대학생들이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학생들까지 
 굳이 오토바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학교에서 300~400미터 떨어진 서점에 갈 때도 오토바이
100미터 근처의 병원에 갈 때도 오토바이 
심지어 학교 안에 위치한 슈퍼에 갈 때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우리 학생들을 보면서
"걸어 다니세요! 운동해야죠! 에너지 절약!"
이라는 말을 곧잘 해왔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캠퍼스나 학교 근처에서 
혹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러 가는 길에 보통 하루 평균 1킬로 미터 정도는 걷는다는
이야기도 해 주면서 덥긴 하지만 자주자주 걸어다니라고 말하곤 했었는데,
그것은 이 나라의 도보 환경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발언이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UGM 바로 옆에 위치한 UNY(Universitas Negeri Yogyakarta 족자카르타 공립 대학교)
  주변의 도로 모습이다.
오른쪽이 차들이 다니는 도로이고, 
가운데 화단으로 분리대를 만들어 놓고 그 왼쪽 학교 담장과 맞닿은 부분은 
보도일거라고 계속 생각하며 일 년 반을 지내왔다.

3주 전 쯤, 보고르에서 놀러 온 친구와 함께
저녁식사를 마치고 기분좋게 집에 살살 산책하며 걸어가려고 했던 우리는
저녁 7~8시경 Jl. Colombo의 UNY 앞을 지나고 있었다.

UNY 정문 모습

넓은 정문 공터를 지나 보도에 진입하려는 찰나
나는 순간 땅 속으로 쑥 사라지고 말았다.
인도라고 생각하며 그저 한 걸음 앞으로 발을 디뎠을 뿐인데
나는 영문도 모른채 꽈당 아래로 떨어지며 심하게 넘어진 것이다.
같이 있던 친구도 어찌나 당황을 했던지..
옆에서 대화하던 내가 사라져버렸으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1미터 깊이의 하수도에 빠져서 엉망이 되었고,
온몸에 통증이 느껴졌는데 특히 무릎의 통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얼굴과 목은 보호 했다구... ㅎㅎ)
위에서 친구가 나를 끌어 올려 주었고, 
저녁 바람을 쐬며 산책을 하겠다는 우리의 계획은 순간 백지화되었고,
나는 통증을 참으며 택시를 타고 곧장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응급실로 갈걸...ㅠㅠ)
집에서 소독과 연고로 응급처치를 하는 내내 어찌나 쓰라리고 아프던지... ㅠㅠ


낮에 본 UNY 앞의 모습은 이러했다.
학교 정문과 이어지는 길은 도보가 아닌...
하수도였던 것이다.
뚜껑도 안내 표지판도 그 어떤 경고도 없이 
곧장 1미터 깊이의 하수도가 끝도 없이 이어져있다.

내가 빠진 하수도
밤 중에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예상치도 못한 하수도 아래로 떨어졌으니
그 당황함이란...

다행히 물은 말라 있었고, 
아래에는 그 어떤 날카로운 물건 같은 것은 없었다.
단지 나는 그냥 흙투성이가 되었고 나의 무릎은 만신창이 되었을 뿐.

2주가 넘게 피와 고름이 계속 나와서 병원 신세까지 져야했던 무릎 부상
어릴 적에도 얌전하게 놀았던 탓에 다리에 흉터 하나 없던 희야의 다리가... 
이 지경이 되었다.흑흑 제발 흉터만 남지 않기를...
나는 정말이지 위험하고도 비싼 교훈을 얻었다.
이토록 위험천만한 길을 주의하지 않고 저녁에 걸으려 했던 나의 어리석음을 반성하며,
족자카르타의  형편없는 도보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도 함께...
왜 학생들이 가까운 거리도 걸어다니려고 하지 않았는지
왜 점점 족자에 오토바이와 차들이 많아지는지...
사람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길을 걸을 수 없는 열악한 환경,
아직은 개선해야 할 점들 투성이인 대중교통과 표지판, 신호 체계 등
내가 이런 일을 당하기 전까지는 전혀 관심도 없었던 문제들...

UNY 학생과 만나서 이 부분의 이야기를 해 보았다.
그 동안 누군가 학교 앞에서 이런 일을 당한 적은 없었는지
누군가 도로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적은 없었는지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등
실제로 아주 가끔 학생들이 하수도에 빠지는 사고가 있으며
심지어 오토바이를 탄 채로 하수도에 빠지기도 한다고...
그러나 학교측이나 족자카르타에 개선요구를 한 적은 없으며,
이들은 이것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심지어 경고판 같은 것을 부착해야하지 않겠냐는 나의 의견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저 부주의한 개인의 탓으로 돌리며, 하수도에 빠진 나를 동정할 뿐...
물론 나의 과실로 인한 사고는 분명하지만
 안전한 환경에서 길을 걸을 수 있는 기본적 권리마저 제대로 찾지 못한채
아예 요구할 생각조차도 없다는 사실이 더 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UNY측이나 족자카르타 측에 
이 뚜껑없이 방치된 하수도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보려 한다.
곧바로 개선되리라는 것은 바라지도 않지만, 
그래도 외국인의 민원 제기를 통해 이들이 조금이라도 이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다면 
내 마음이 한결 편해 질 것 같다.
족자카르타에 아니 인도네시아 전역에 제대로 된 도시환경이 어서 빨리 갖추어지길 바라며...

한국도로공사 인도네시아에 진출해야 하는거 아닌가요?ㅎㅎ

BIENNALE YOGYAKARTA

족자카르타의 비엔날레



 에콰도르 전, 인디아 전을 테마로 하여
 한 달의 기간에 걸친 비엔날레가 열린다는 정보를 학생으로부터 입수.
주말 오후, 말리오보로로 향했다.


바로 여기, Taman Budaya 건물을 찾느라 한참을 걸었다.
중간에 베짝 아저씨들의 호객행위를 스무 번은 넘게 거절했던 것 같다.
"Tidak usah makasih 고맙지만 괜찮아요"
라고 거절해도 되지만, 
자바어로 "Botensa" 라고 거절하면, 
'어랏, 이 사람 관광객 아니고 자바사람인가?'
하고 생각하며 더이상 따라오지 않는다. 헤헤 

오랜만의 전시회 관람이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열심히 목적지를 향했다.
아무래도 한국만큼 문화생활을 자주 못하는게 현실이니까...
이런게 열리면 무조건 찾아가야 된다. ㅎㅎ
Bringharjo 재래시장 뒤쪽에 위치해 있는 Taman Budaya(문화의 공원 정도가 되겠다) 


규모가 큰 2층 건물이 두 개나 위치해 있고,
부지도 매우 넓어 보였다. 경비 아저씨들도 많이 계시고,
 주변에는 행사를 준비하는 젊은이들로 북적북적...
그런데 어째 관람객보다 스태프 인원이 더 많아 보였다. ㅎㅎ


다른 공간에서는 에콰도르 전이 열리고,
이곳에서는 인디아 전이 한창이었다.

내가 논문지도를 했던 졸업반 학생 Kartiwi도 이번 비엔날레에 스태프로 참여
전시실 한 켠에 부스를 얻어 매일 밤을 새다시피 하곤 했는데,
한국 기업에 면접을 보기 위해 찌까랑에 갔기 때문에
이 날은 Tiwi를 만날 수 없어 아쉬웠다.

인디아 전 관람 시작.

인도 여성들을 더욱 아름답게 돋보이게 만드는 이마 장식 Bindi와 
5천년 전부터 내려왔다는 아름다운 그림장식 Mehndi에 관한 설명이 나와 있었다.

3년 전 '인도'에서는 아니고... ㅎㅎ 
'인도거리'(India street, Singapore)에서 신비롭게 생긴 인도 여성으로부터 
어깨에 헤나그림을 그려넣은 적이 있다. 
추상적인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비로움이란...
동물, 꽃, 종교적 문양과 기하학 무늬들이 어우러진 하나의 예술 멘디
천연염료로 멘디를 몸에 그리는 것 자체가 인도에서는 하나의 축제와 같은 의미라고...



ㅎㅎ 역시 희야가 지나칠 수 없는 인도의 음식들과 관련된 부스
화덕에 바싹 구운 난과 빠알간 탄두리 치킨
그리고 인도 특유의 향이 가득한 커리들...
처음에는 입에 안 맞는다고 생각했었는데
먹다보면 나도 모르게 중독되는 게 인도음식인 것 같다.

아, 족자에도 Jl. sagan에 분위기 좋은 인도음식점이 있다.
이름하여 타지마할 레스토랑
오래전에 찍어둔 타지마할 레스토랑의 사진이 있었다. ㅎㅎ

고소한 난과 커리 그리고 치킨과 샐러드
스읍...ㅎㅎ


대학생 때 류시화 님의  '지구별 여행자'를 읽고 나서 늘 동경의 대상이었던 인도.
엄격한 신분제도와 빈곤, 질병 등이 만연해 있으리라는 나의 편견을 없애주었던,
인생을 배우고 진정한 나를 만나게 해 줄 것만 같은 인도에 대한 환상을 갖게 해주었던 책.

대학 때부터 줄곧 마음 먹었던 인도여행을 아직 떠나고 있지는 못하지만,
언젠가는 꼭 배낭하나 둘러매고 훌쩍 인도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다.
 인도가 아닌 인도네시아에 있는 지금의 나에게
잊었던 그 동경을 다시금 불러일으켰던 족자의 비엔날레 인디아 전이었다.



대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개최한 비엔날레라고 들었는데
기억에 남는 멋진 예술품들도 많이 있었다.

대학생 스태프에게 부탁해서 사진 한 컷 찍기.


인도네시아에 오기 전,
예술의 전당 근처에 살면서 주말마다 산책 겸 미술관 나들이를 즐겼던 내가
족자에 와서 목말랐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전시회 관람이었다.

상설 전시회가 열리지 않는다고,
박람회는 늘 바띡과 관련된 것 뿐이라고, 
투덜댈 것이 아니라
이렇게 직접 찾아보고  돌아 다니다 보면 멋진 작품들도 만날 수 있고 
잊었던 옛날의 다짐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시간

족자는 정말 없는게 없는 문화의 도시라고 다시 한 번 느낀 하루



더하기.
말리오보로 거리 한 곳에 여행자 안내소가 위치해 있다.
더 정확한 설명을 기하자면,
트랜스 족자카르타 'Malioboro dua(말리오보로2)' 정류장에서 오른쪽 5m부근에 위치한
Tourist information center에는 직원분들이 두 분 무료하게 앉아 계시는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신다.
그곳에서 목적지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고,
족자카르타의 지도와 매달 열리는 행사표를 받아볼 수 있어 
문화행사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라면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