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때, 한국에서의 일이다.
집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고모가 방금 사들고 왔다며
포도 박스에서 가장 싱싱하고 먹음직스런 포도를 골라 씻어주며 해 준 이야기다.
"여기서 이게 가장 맛있어 보이네. 이거 우리 은희 줘야겠다.
은희야, 앞으로 과일을 사면 무조건 가장 맛있고 신선한 것부터 먹어.
그 다음날도 남은 것 중에 가장 맛있어 보이는 걸로 골라 먹고.
그러면 넌 항상 맛있는 과일만 먹게 되는 거야.
어떤 사람들은 물러터진 포도 아깝다고 상하기 전에 빨리 그것부터 골라먹고
그 다음날도 가장 덜 신선한걸 골라먹더라.
그러다보면 그 사람은 항상 제일 맛없는 과일만 먹게 되는거야."
늦둥이 아들을 키우느라 요즘 행복에 빠져 지내는 고모는
내게 좋은 말들을 곧잘 해주는 나의 조언자인데,
그날만큼은 요즘 가장 우선 순위가 된 늦둥이보다도
내게 가장 좋은 포도를 골라 건넸다.
결혼을 앞두고 인생이란 뭘까를 한참 고민하던 그 시기에
내 마음에 이토록 와닿는 말도 함께 해주면서 말이다.
그렇다.
그 순간 항상 맛있는 과일만 먹다보면
결국 그 과일이 없어질 때까지 나는 가장 맛있는 과일만 먹은 셈이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지금 이런저런 고민과 선택으로 머릿속이 복잡하다면
그 중에 가장 좋은 걸 골라 하는거다.
그리고 그 다음 선택의 순간에도
또 그 다음의 순간에도...
그러다보면 그런 좋은 선택들이 하나하나 모여
결국 좋은 삶을 이루는게 아닐까 싶다.
물론 객관적으로 모두에게나 다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좋은 삶을 산다는 건
이처럼 포도 한송이로부터도 배울 수 있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나는 지난 여름, 그 순간 가장 좋은 선택을 한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