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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13일 수요일

이슬람 이야기2 (히잡을 두른 이슬람 여성)

이슬람 이야기2
 (히잡을 두른 이슬람의 여성들)

 지난 수업 때까지만 해도 까맣고 귀여운 곱슬머리를 하고 수줍게 웃던 피따가 갑자기 오늘은 하얀 히잡을 두르고 수업에 나타났다. 나는 출석을 부르다가 깜짝 놀라 피따에게 원래 질밥(히잡을 일컫는 인도네시아어)을 쓰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저께부터 쓰기 시작했단다.

 이러면 안 되는데, 저들의 문화를 내 기준으로 보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이제 더는 피따의 귀엽게 뻗친 곱슬머리를 보지 못하겠구나 라는 섭섭한 마음과 더운 날씨에 히잡에 새로 적응하려면 얼마나 답답할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들었다. 예쁜 헤어스타일이나 헤어 액세서리를 하고 싶으면 어쩌나 한창 멋내기 좋아하는 20살 아가씨가... 하지만 난 그 학생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 결정을 축하해 줘야만 했다. 축하해요 피따 라고 인사를 건네는 수밖에...

<히잡을 두른 학생들>

 같은 이슬람 국가라도 히잡을 두르는 규칙은 나라마다 매우 다르다. 이란이나 이라크와는 달리 인도네시아나 이집트 등의 나라에서는 히잡을 두르는 것이 여성의 자유다. 심지어 터키는 히잡을 금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친구에게서 듣기로는 자신이 신을 더 가까이 받아들이고 신의 가르침대로 온전히 살아갈 정숙한 마음의 준비가 되면 히잡을 쓰기 시작한다고 했다. 내가 아는 분은 쉰이 넘으셨지만, 아직 자신은 준비가 안 되었다며 히잡을 안 쓰시는 분도 있고, 중학교 때부터 썼다는 친구도 있다.
 어릴 때부터 부모의 강제로 쓰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내 친구 릴라는 초중고 때 부모님의 권유로 히잡을 쓰다가 대학교 때 벗어버렸다고 한다. 여자의 힘으로 혼자 옷가게를 꾸리고 사업을 하면서 히잡이 거추장스럽고 방해가 되었다면서...
 어쨌든 개인의 선택이라는 것이 중요한 거다.

우리 눈에는 그저 천을 머리에 칭칭 감고 있는 모습이 다 똑같아 보이지만 히잡에도 그들 나름대로의 유행과 패션이 있다. 히잡을 만드는 천이 유행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히잡을 고정하는 작은 액세서리로도 나름 자신의 개성을 나타낸다.
 이슬람의 여성들은 참으로 다양한 방식의 베일로 몸을 가린다.
머리카락만 안 보이도록 가리고 얼굴은 내 놓는 히잡이나 차도르 그렇다 치고,
문제는 두 눈만 빼놓고 아예 여성의 몸 전체를 검은 천으로 덮어버리는 니캅이나,
또는 눈 부분마저 그물망으로 덮어버리는 부르카다.

 과격한 근본주의로 무장한 몇몇 국가의 여성들에게는 이 여성차별과 속박의 상징인 부르카가 반드시 요구되었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점점 시력이 나빠지고, 심지어 시야가 좁아져 교통사고 사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중동의 어느 120번 째 정도 되는 공주가 쓴 책이었는데 차도르를 처음 입던 날의 경험, 아버지나 오빠가 부정한 여동생을 명예 처형하는 이야기 등과 같은 억압받는 중동 여성의 삶을 적나라하게 말해주고 있는 책이었다.


눈을 완전히 덮는 부르카를 두른 여성들

프랑스에서는 4월 11일 지난 월요일 공공장소에서 베일을 착용하면 150 유로의 벌금을 부과하는 부르카 금지법을 첫 시행했다. 또 부르카를 강요하는 아버지나 오빠 등의 가족에게는 징역 1년이 부과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날 반대 시위를 벌이던 부르카를 두른 이슬람 여성 2명이 체포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슬람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우파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사르코지 대통령의 정책이 반영된 법안이라는 목소리가 강하다.

여성의 몸을 신성시한다는 이유로, 남자들에게 성적 자극을 주면 안 된다는 이유로 여성의 몸을 구속하는 것들을 보면서 여성으로서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를 새삼 느꼈다.
 자유로운 대한민국의 딸인 내가 여성의 신체적 속박에 공감을 한다?
오늘도 나는 하루 일과가 끝나자마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요가와 수영을 1시간 이상했다. 운동이 좋아서 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몸매를 예쁘게 가꾸고 남들 눈에 아름답게 비춰지기 위한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그리고는 살이 찔까봐 드레싱조차 뿌리지 않은 샐러드로 저녁식사를 하고, 굽이 높은 구두에 발을 집어넣고 불편하지만 예쁜 원피스를 입는 나를 보면서 온 몸에 차도르나 부르카를 두른 이슬람의 여성보다 나의 신체가 훨씬 더 자유롭다고 말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19세기 유럽 여성들을 속박하던 코르셋>

<전족한 여성의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