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받은 사람
드디어 2010/2011년도 2학기 강의가 모두 끝났다.
지난 7월 말 족자카르타에 처음 오자마자 적응할 새도 없이 바로 수업에 들어가서
어리버리 첫 학기를 마쳤다면,
이번 2학기는 어느정도 적응도 하고, 학교 시스템도 웬만큼 이해하고,
학생들과도 친숙해져서 보다 원활한 수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수업준비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새벽 1시가 되든 개의치 않고 나름 열심히 공부했고,
아침 7시 수업을 위해 나서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 학생들 앞에선 미소를 지었다.
아니, 웃음이 절로 나오고 행복했다.
그러면서 나는 정말 천직이 교사가 맞구나 라고 항상 생각했다.
오늘 아쉬운 끝인사와 함께 수업을 마무리 하면서 강의 평가서를 돌리고 교실을 나섰다.
그리고 오후까지 학생들이 익명으로 제출하는 평가서를 기다렸다.
익명이기에 가슴에 상처가 남는 말이 있을 수도 있고,
모든 학생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기에
갖가지 불평과 불만이 적혀있을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하며...
그런데 이건 정말...
ㅜㅜ
나는 정말 정말 복받은 사람이다!
나를 너무나도 행복하게 만드는 강의평가서들!
내 지난 1년 간의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듯
50여 명의 학생들에게 단 한 줄의 불평도 듣지 않고
너무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받았다.
우리 선생님은 최고입니다!
우리 사랑하는 김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보고싶을 거예요 다음에 만나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재미있었어요^^
우릴 가르쳐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선생님 대박!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 예쁜 선생님^^
어쩜... 이렇게 좋은 평가를 해 주는지...ㅜㅜ
너무나 부족한게 많은 이 못난 선생에게
정말 큰 사랑을 주는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한 제자들이다.
모든 수업이 만족스러웠고 앞으로도 함께하길 바란다는 말
이외에 나를 교사로서 더욱 기쁘게 하는 말이 있을까?
아침 수업은 학생들도 힘겨웠나보다.
다음번에는 이른 아침수업은 삼가해달란다 ㅎㅎ
그 밖의 개선 사항에는 야외 수업을 넣어주세요
우리 토론 수업 더 많이 해요 등이 있었다.
언니처럼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나도 사랑합니다. 우리 학생들^^
Dosen ini sangat baik dan murah seyum...
murah는 싸다 저렴하다 흔하다 라는 뜻이고
senyum은 웃다 미소짓다 라는 뜻이다
내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싼 웃음을 지었다....
는 건 아니고 ㅎㅎ
늘 미소를 간직한 채 수업에 임했다는 뜻이다.
정말 생각해보니, 지난 한 학기 내내 늘 웃는 모습만 보여준 것 같다.
나를 웃게 만든건 다 저희들인데 ^^
그리고 오늘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원래도 웃음이 많기는 하지만
유독 지난 학기 내내 학생들 앞에서 웃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학생들이 착하고, 나를 믿고 잘 따라와 준 이유도 매우 컸지만,
과연 이러한 이유뿐이었을까?
내가 한국에서 중학교 수업을 할 때도,
또 드센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입시반 학원강사를 할때도
이렇게 늘 웃음을 짓고 살았던가...
대학 때 꿈꾸던 이상적인 교육자의 모습이 아니라
그저 학생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하고 윽박지르던 내 모습.
입시위주의 한국에서는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웠던 내 지난 모습들...
1년 인도네시아에서의 생활을 돌이켜 보면,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이 곳 삶의 질적 수준도, 환경도, 돈도, 사람도 아니다.
내가 과연 옳은 결정을 한 것인지,
한국에서의 삶을 접어두고
이 곳에 한국어 봉사를 하겠다고 온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미래를 고민하며 잠 못 이루던 밤들
그리고 가끔 밀려드는 불안과 회의감,
그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지난 주부터 슬슬 시작된 슬럼프 때문에
친한 언니에게 전화로 한 시간동안 하소연을 하기도 했었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어디냐고,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이 맞느냐고...
그런데 오늘 그 해답이 명쾌하게 내려졌다.
며칠전 오래 묵혀둔 펀드가 25퍼센트 수익률을 내서
가만히 앉아 공돈을 벌었을 때도 오늘만큼 기쁘진 않았다.
비록 종이쪼가리에 불과한 문서들이지만
오늘 이 강의평가서가 나를 저 구름위로 훨훨 날아가게 만들었다.
사람은 물질만을 쫓아서도 남들에게 인정받는 삶을 산다해도
결코 마음속 깊이 행복해 질 수 없다는 이 단순한 진리를 체험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 동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가장 기쁜 일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웃음이 떠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단지 그 사실을 내가 깨닫지 못했을 뿐.
오늘로 그간 일주일동안의 슬럼프는 끝이 났다.
그래,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있는 나는 지금
얼마나 복받은 사람이냐~
^-^
멋지네요~^^ 25,26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ㅎㅎㅎ
답글삭제야외 수업을 많이 했다. 토론 수업을 많이 했다. 이런 문항이었는데... 언어 수업이라 위의 두 가지 방식은 절적하지 않았답니다.^^;;;(변명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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