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섬 전통 그림자 인형극
Wayang kulit
말리오보로에서 술탄 왕궁쪽으로 걸어가다보면
북광장(Alun-alun utara) 입구 오른쪽에
소노부도요 박물관이 위치해 있다.
Sonobudoyo museum
Jl.Trikora 6 yogyakarta
매일 저녁 8시부터 10시 사이에 주말에는 8시부터 12시까지 두차례
공연이 열리는데
박물관 입구에서 Rp 20,000를 주고 표를 구입하고
안내지를 받아서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앗, 안내지 안의 내용을 읽어보니
이거 또 Shinta공주가 납치되고 Rama왕자가 구하러 가는
힌두 경전의 라마야나 이야기가 아닌가
오호라
그렇다면, 발리의 울루와뚜 사원에서 행해지는 께짝댄스
쁘람바난 사원에서 보름달 뜬 밤에 행해지는 공연
하얏트 호텔 디너때 행해지는 공연
그리고 소노부도요 박물관의 그림자 인형극 공연은 모두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
어찌됐든 그림자 인형극 장르(?)는 처음이므로 부푼 마음을 안고 안으로 입장
입구 들어서자마자 의자에 앉았다.
무대가 가운데 있고 ㅁ자 형태로 의자들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안에는 공연자들 말고 관객은 나와 아름이 단 둘뿐이었다.
우리는 작게 속삭였다.
"왜 악공들이 우리한테 등 돌리고 있어?"
"몰라, 원래 그런가보지"
그런데
좀 늦게 입장한 관객 두 팀은 무대를 반바퀴 빙 돌아 우리의 반대편,
즉 저 흰 장막의 뒤편에 자리를 잡고 앉는 것이다.
어머 어머 !
그림자 공연인데 장막 안쪽 불빛 비추는 쪽에 앉아서
악공들이 우리에게 등돌리고 있다는 헛소리나 하고 앉아 있었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 부끄러워...
교대, 사범대 나온 선생이라는 애들 둘이 이렇게 무식을 떨고 앉아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인채 진짜 관객석 쪽으로 가서 앉았다.
그랬더니 이렇게 멋있는 그림자들이 나타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자바어도 못 알아듣고 그림자는 가끔 움직이고
아까보다 뷰가 좀 심심한 거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아까 우리의 화려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악기 연주하시는 분들도 직접 볼 수 있고
혼자서 1인 50역 하시는 장인의 뒷모습도 볼 수 있고
더욱 풍성하고 재미있었다.
이 분 목소리 정말 웅장하고 카리스마 넘쳤다.
연주하시는 분들은 다들 멋진 할아버지들.
뒤에서 알짱알짱 구경을 하고 있었더니,
연주하시는 할아버지 한 분께서 옆에 빈자리에서 연주해 보라고 하시는거다.
이렇게...
와우!
이거 정말 값진 경험 아닌가?
왕궁 박물관에서 진짜 인형극 공연 중에 전통 악기를 따라해 볼 수 있는 영광을 얻다니...
실은... 원래 이분들...
소일거리 삼아 즐겁게 일하시는 뮤지션들(?)이라
공연중에 자유롭게 화장실도 다녀오시고(?)
문자도 확인하시고, 음료도 드시고 ㅋㄷ
여유있게 즐기며 공연을 하고 계셨다.
가믈란이라고 하는 전통 악기를 동동동 두드려 보았다.
자바 왕실 음악을 들으면, 뭔가 홀리는 듯한 분위기를 내는
동동동 소리나는 타악기가 바로 이것.
나와 아름이를 포함하여 관객은 모두 7명.
평일 공연이라 매우 한가한 편이었는데,
그 덕분에 나는 좋은 경험도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친구들이 또 찾아오게 되면 몰과 레스토랑 같은 화려한 곳들 뿐만 아니라
이렇게 근사한 노신사들께서 전통공연을 즐기며 연주하시고,
뭔가 뿌듯함을 안고 갈 수 있는
작고 소박한 소노부도요 박물관도 꼭 방문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씨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