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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15일 토요일

한국 요리 수업(비빔밥, 김밥)

Demo masak

한국요리수업


UGM학생들은 졸업 전에 반드시 KKN이라는 프로그램을 마쳐야 한다.
우리나라식으로 농촌봉사활동을 말하는데,
학생들은 인근 시골로 가서 교육, 노력봉사, 도우미 등
다양한 활동들을 펼친다.
그런데 우리 학과 학생들은 KKN의 일환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소개하는
깜찍한 이벤트를 준비한 것이었다.


내게 Demo masak을 부탁한 옌드라와 스리가 파견나간
Bantul이라는 지역의 주민센터다.

아침에 나는 근처 가정집에서 김밥과 비빔밥을 만들기 위해 밥을 한 솥 짓고,
나물을 삶고 이것저것 준비해서 학생들과 함께 주민센터로 향했다.
행사 시작도 전에 벌써 많은 아주머니들이 자리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무대 앞쪽에는 간단한 조리 도구들이 테이블 위에 준비되어 있었고,
나는 간단한 자기 소개에 이어 요리를 시작했다.
학생들은 행사의 재미를 위해 나를 인도네시아어를 전혀 못하는 외국인으로 컨셉을 정했다.
그래서 통역을 맡은 우리 사회자 친구와 나는 주거니 받거니하며
즐겁게 요리수업을 진행해 나갔다.
메뉴는 간단하면서도 대중적인 음식인
김밥과 비빔밥을 만들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도우미로 나선 우리 학생들,
아직 열아홉 스무살인 우리 학생들은
선생님, 저 달걀 못해요, 선생님 당근을 삶아요, 볶아요 ?
라고 자꾸 내 귀에 속삭였고,ㅠㅠ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김밥과 비빔밥을 1시간 반 동안 완성해야했다.
스마일 웃음을 지으며 ㅋㅋㅋ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을 무대로 모셔와 함께 만들어보는 시간...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고, 많은 질문도 해 주셨다.
아주머니가 만 김밥은 예상대로 옆구리가 터져나갔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다 함께 웃을 수 있었다.
^^
이렇게 급 만든 김밥을 함께 맛보는 시간도 가졌다.
김같은 해조류를 거의 먹지 않는 인도네시아인들이기 때문에
몇몇 분은 김 냄새가 비리다고도 했고,
몇몇 분은 고소하고 맛있다고도 했다.
시간 조절에 실패해서 김밥 한시간,
그리고 남은 시간 20여 분동안 비빔밥을 급 완성했다.
평소보다 맛있게 못 만들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외국 음식을 접하기 힘든 시골 주민들인데,
나 때문에 한국음식이 맛 없는 걸로 각인되면 어쩌나 걱정도 앞섰다.
ㅠㅠ


하지만, 처음 맛 보는 것이 분명할 UGM학생들은
"enak, enak!"(맛있다) 외쳐가며 남은 음식들을 모조리 헤치웠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는데
학생들이 직접 준비했다는 감사장과
바띡으로 만든 작은 손가방 선물도 받았다.

이런 멋진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준 것만으로도 내게는 커다란 선물인데...
우리 학생들 작은 것 하나하나 신경 쓰는 마음이 너무나 예쁘다.

얘들아!
선생님은 앞으로도 언제든지 도움을 청하면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단다!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