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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19일 일요일

장안 루빠 올레올레

장안 루빠 올레올레



휴가 때 한국에 다녀올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인도네시아 학생들에게 꺼내면 어김없이 학생들로부터 듣는 말이 있다
장안 루빠 올레올레, 선생님’. 
한국어로 치면
여행 기념품/특산품 잊지 말고 사 오세요’ 정도가 되겠는데 
인도네시아의 이 올레올레(oleh-oleh)는 
그냥 기념품의 의미를 넘어서 
여행한 곳의 유명한 지역 특산물이나 그 지역에서 나는 작은 주전부리 종류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주변 사람들에게 
여행을 잘 다녀왔다고 보고하는 개념으로 
모두에게 돌리는 일종의 성의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

처음 족자카르타의 가자마다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때
그 곳 강사로 있던 한 선생님께서 
한국에서 열리는 세미나를 다녀오신 뒤
한국 슈퍼에서 파는 도시락 김을 
학과장님을 비롯하여 학과 선생님들 모두에게 하나씩 돌리는 것을 보고 
살짝 문화적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우리네 정서로 비춰 봤을 때여행선물이라는 것이 
감사했던 한 두 분께 값나가는 선물을 드리거나 
혹은 아예 그런 것은 신경 안 쓰거나 하는 일이 더 흔한데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남은 이들을 생각하며 먼 곳에서부터 선물을 챙겨오는 것이 관습처럼 여겨지고
선물을 받는 이들도 그것의 값어치를 떠나 
멀리서 자신을 위해 선물을 챙겨왔다는 사실을 더 크게 여기고 고마워하는 것 같았다

사실 나는 한국에 휴가를 갈 때
가족들의 선물을 크게 고민하지 않고 
습관처럼 공항 면세점에서 화장품이나 주류 같은 것들을 사서 
의례적으로 드리는 일이 더 잦았던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나는 희귀한 특산물이나 독특한 먹거리를 챙겨 가서 
가족들에게 한 번 쯤 선보여 드려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해 본 적이 없었다
내 딴에는 면세점에서 산 것들이 
더 값나가고 깔끔하고 좋은 것이니까 하는 핑계로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학생들, 친구들, 선생님들은 달랐다
어디 가까운 도시라도 잠시 나들이를 다녀오거나 부모님 댁을 방문했다 돌아올 때면
그 지역에서만 난다는 젤리, 튀김, 말린 과일, 초콜릿, 수공예품, 엽서, 천가방 등을 
기어코 내게 선물해 주며 
그간의 여정을 한 보따리씩 이야기로 풀어내곤 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는 워낙 나라가 크고 지역마다 기후, 특색이 다 달라서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유명한 것들이 많다며 
여행지에 대한 깨알 같은 정보도 함께 제공해 주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서 몇 년 살아본 나는 
족자카르타에 박피아라는 빵이 그리 유명하고


발리에 우유파이가 인기가 좋으며


스마랑 지역에 반등이라는 가공 생선이 맛있고


메단의 꾸에 두리안과 


람뿡의 커피가 알아준다는 사실을 
이들로부터 알게 되었다


이 밖에도 인도네시아 친구들의 
넘쳐나는 성의와 소소한 재미 
그리고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 한국을 다녀온 나는 
학교 친구들에게 맛 보여줄 인삼차와 홍삼캔디
학생들에게 나눠줄 한복 인형 휴대폰 줄과 
K-POP 가수들이 잔뜩 실린 엽서들을 고이고이 챙겨왔다
물론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한국의 우리 가족들 안부와 여러 소식들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봐 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었다

한국인은 선물에 인색하거나 
선물은 반드시 값나가고 좋은 것으로 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안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은 젤리 한 박스, 끄루뿍 한 봉지도 서로 나눠 먹으며 
마음을 나누고 따뜻하게 웃을 줄 안다
선물의 가치는 가격이 아닌 
정성이라는 이 단순한 진리를 일깨워 주고 있는 것이다

2014년 10월 10일 금요일

희야의 인도네시아 골프 도전기

임페리얼 클럽 골프

2014년 새해를 맞아 희야가 새로운 분야를 배워보기로 도전장을 내밀었으니,
그건 바로
골프였다.
한국에서처럼 배우는게 부담스럽지도 않고,
자카르타 인근에 엄청 많은 골프장들이 널렸으니,
운동을 너무나 좋아하는 희야가 골프를 배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주말에 늦잠을 좀 포기하더라도 
수업 없는 날 부지런을 좀 떨어서라도 
골프라는 종목에 발을 디뎌 보리라. 
음화화화

그렇게 나는 올해 초,
인도네시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엄청 찾아본 끝에
티칭 프로님의 연락처를 알게 되었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연습장으로 선생님을 찾아갔다.

공항에서 30분 거리인 Tangerang에 위치한 임페리얼은 
호텔, 컨트리 클럽, 골프 연습장을 모두 갖추고
Lippo Karawaci라는 쾌적한 계획 단지 안에 위치하여
경치, 입지조건, 접근성, 시설 규모 면에서 
두루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연애할 때 임페리얼 호텔 수영장에서 자주 데이트를 즐겼던 희야와 호야는

결혼하자마자 이곳에 컨트리클럽 회원권을 구입하였고,
우리는 매주 이곳에서 운동하고, 수영하고, 
밥도 먹고, 마사지도 받는 
나름 임페리얼 열혈 멤버다.

바로 이곳 임페리얼에서 골프도 시작하게 되었으니
집이랑도 가깝고 낯선 곳도 아니고
희야는 이래저래 골프입문의 첫조건이 무척 좋은 셈이었다.
아니 무슨 골프 연습장이 이렇게 좋아
탁 트여있고, 넓고, 공기 좋고, 
이곳에 연습하러 오면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하여...
'아이언'이라면 '아이언맨'밖에 모르던
골프 쌩초보 희야가
올 1월 말부터 매주 골프 레슨을 받게 되었는데...
첫인상도 좋으시고, 
사람을 편안하게 대해주시는, 
늘 유쾌한 장 선생님과의 만남은
희야에게 정말 큰 행운이었다. 

그립 잡는 것과 기본 자세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친절하게 기초를 알려주신 선생님 덕분으로
희야는 폼이 예쁘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뭐든지 한 번 시작하면 꾸준히 하는 성격인 희야.
초중고 12년 개근에 빛나는 성실성과 (V^^V)
어학원 같은 데도 1년치 끊으면, 1년 다 나가서 뽕을 뽑는 억척스러움이 만나,
골프 레슨을 현재까지 7개월째 꾸준히 하고 있다.

게다가 땅그랑에서 가장 쉽고 즐겁게 골프를 가르쳐 주시는 
우리 미녀 장 선생님^^ 덕분에 나는 골프 뿐만이 아니라,
여자로서의 삶이나, 인간관계,
 삶을 대하는 태도 등에 대해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인생 선배도 만나게 되었다.

임페리얼 골프 연습장 2층 모습
1층은 금연구역, 2층은 흡연구역이라 나는 늘 1층에서만 연습을 하는 편.
(가끔 1층에서도 담배 피우시는 의지의 한국 아저씨들이 계시지만 ㅠㅠ)

클럽 하우스 레스토랑 전경



클럽 하우스에서 즐기는 샌드위치와 나시고렝(볶음밥)


골프장 경치도 함께 즐겨 주세용~

저기 마지막 홀을 향해 샷을 날리는 골퍼들이 보인다.

임페리얼은 경사가 심하고 해저드가 많은 편이라
살짝 어려운 필드에 속한다고 한다.
그런 임페리얼에서, 
희야가 레슨 시작하고 4개월 만에 라운딩에 나섰다.
(사실 레슨 시작하고 한 달 반만에 좀 쉽다고 하는 Kedaton 골프장에서
머리를 올리게 되었는데, 크다톤 소개는 다음 포스팅에서...)

어찌됐든 들뜬 마음으로 임페리얼 라운딩을 나섰는데,
필드 나가기로 약속한 전날 밤에는 
설레는 건지, 겁이 나는 건지 잠도 잘 안오고 ㅋㅋㅋ
아침잠 많은 희야도 새벽에 벌떡벌떡 일어나게 된다.

티업 약속 시간 오전 8시,
날씨가 꾸물꾸물 흐려서 비 올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햇빛 안 뜨겁고 선선하고, 공치기 참 좋았다.

티를 꽂고 드라이버 샷을 준비하는 희야
저 멀리 아마루 아파트도 보이고, AIA건물도 보이공...
 페어웨이에 침입한 오리?거위? 두 마리


장 선생님의 여유로운 드라이버
어찌나 파워가 있으신지, 정확하면서도 빵빵 잘 날리신다.
부러울 따름


난 이 사진이 왜 이렇게 웃기지?
위풍당당 세컨샷을 향해 걸어가는 희야 ㅋㅋㅋ
앞에 새로 지은 U-레지던스 아파트는 
네모진 와플 마냥 참 모냥 없다.


선생님과 함께 다정하게 찰칵~
호야가 찍어준 사진

엇, 이건 호야의 도촬.
희야, 뭘 그리도 진지하게 선생님께 말씀 드리고 있는 걸까?
"선생님, 묵찌빠 하실래요?" ㅋㅋㅋ
 
전반 아홉 홀이 끝나고 잠시 숨돌릴 수 있는 그늘집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며 우리부부 찰칵~
호야 우리 여보~
 우리 같은 취미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저 얼른 열심히 배울게요!

선생님의 공은 어쩜 그리도 홀로 쏙쏙 잘 미끄러져 들어가던지...
내 공은 어쩜 그리도 야속하게 홀을 그냥 지나쳐버리던지...

여기는 12번 홀이었던가?
홀 양쪽으로 봉긋 솟은 두 개의 언덕 때문에 
재미있는 별명이 붙여진 곳이다.
일명 '마돈나의 젖가슴' ㅋㅋㅋ
골프를 칠 때에는 유독 성적인 비유와 농담이 많이 오간다고 하던데...
(캐디가 딸처럼 귀여워서 젖가슴을 꾹 찌르셨다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캐디 성추행 사건으로 알게된 사실)
인도네시아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어프로치샷은 천천히~ 가볍고 우아하게!
이론은 아는데, 나는 맨날 퍽! 데구르르!

그런 나에게도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으니...
그린 주변이 온통 물로 둘러쌓여 있던
파3 5번 홀.



이 동영상 재생 되는 겁니까?

 앞서 계속 공을 물에 자주 빠뜨려서 곧잘 잃어버리곤 하던 내게
심리적 부담감을 주던 홀이었건만,
나도 모르겠다 자신있게 휘둘렀던 아이언을 맞은 공이
그린 위로, 그것도 홀과 아주 가까운 위치에 안착한 것이었다.
퍼터가 미숙한 탓에 버디 찬스는 아깝게 놓쳤지만, 
멋진 파를 선사해 준 짜릿한 홀이 되었다.


임페리얼
http://www.imperialklubgolf.com/
021-546-0120
매주 화,목 Ladies' Day 요금 Rp. 298,000
월 Rp. 398,000
화수목 Rp. 478,000
금 Rp. 558,000
토 오전, 일 오후 Rp. 1,608,000
토 오후, 일 오전 Rp. 1,298,000

희야의 골프 도전기와 
인도네시아 골프장 소개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2014년 7월 25일 금요일

대선 정국을 거치며, 인도네시아 민주주의 성장을 함께 목격하다



지난 22일 인도네시아 대통령  최종 발표를 기다리던 어느 한국어 수업 시간. 학생들은 대선 결과 발표 직후에 폭동이일어날 수도 있으니 나에게 바깥 출입을 되도록 하지 말라며 이런저런 걱정들을 내비쳤다. 외국인이나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은 지난 1998년 폭동 당시처럼 집단 유혈사태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면서, 선생님은 중국인처럼 생겼으니 특히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해 주면서 말이다. 이미 재벌급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은 잠시 해외로 나가 있는 사례가 많다면서, 유례없이 너무도 팽팽한 두 대선 후보간의 접전이라 어느 한 쪽이 이기든지 간에 결과에 반발하는 지지자들 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자신들도 불안해하는 눈치였다. 빈민으로 태어나 중부자바의 작은 도시인 수라카르타의 시장에서 자카르타 주지사를 거쳐 단숨에 유력 대선 후보에 오른 돌풍의 주인공 조코위 후보는 개혁적, 친서민적 성향으로 젊은층과 서민층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데, 만약 조코위 후보가 당선되지 않을 경우 많은 국민들이 반감을 가지고 폭동을 일으킬  있다고 우려했다. 독재자 수하르토 대통령의 둘째 사위였던 프라보 수비안토후보는 저명한 경제학자 집안의 자제로 인도네시아 육사를 졸업하고 군장성을 거쳐 군과 보수층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데, 프라보워 후보가 당선되지 않을 경우 군을 일으켜 쿠데타를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결과가 어찌되었든 정국이 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는 추측들이 난무하며 학생들은 나를 지레 겁먹게 하고 있었다.
수하르토 대통령이 집권했던 30년 간의 독재 체제가 끝나고, 2004년 유도요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재선을 거쳐 이끌어 온 지난 10년간 인도네시아는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민주주의 제도 역시 빠르게 자리를 잡아 왔다. 지난 98년 유혈 사태 이후, 시간이흐르면서 국민들의 의식 수준도 높아졌고, 정치적인 안정을 바탕으로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어 중산층 역시 크게 성장하였다. 이렇듯 최근 일련의 발전 상황을 바라보면 불미스러운 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낙관하면서도, 그런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수만은 없는 혼란한 상황에서 대선 결과가 발표되기를 기다렸다. 2억 4천만의 서로 다른 인종들이 모여 사는 이 거대한 나라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과 여론을 수렴하여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는 일이 어디쉽겠는가. 대선 투표 이후 최종 발표까지 13일이라는 기간 동안 뉴스와 신문 각 방송사들마저 두 패로 나뉘어 각기 다른 예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지들 사이에 계속되는 분열과 갈등 상태에 놓여 있어야 했다.
드디어 최종 대선 결과가 발표되고 조코위 후보가 53%의 득표율로 승리했다는 소식이 전세계로 뻗어나갔다. 별다른 사태 없이 조용히 인도네시아의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는 국민들의 분위기와 달리 경쟁자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는 개표 공식 발표 불과 몇 시간 전 선거 과정에서 발을 빼고, 이번 선거에 대규모 부정이 있었다며 선거 결과에 대해 법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가 우려했던 혼란스러운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고, 학생들과 시국을 걱정했던 일들은 기우였음이 기분 좋게 드러났다. 아직은 뒤숭숭한 국내 분위기 속에서도 많은 인도네시아인들은 따스한관심과 애정으로 그들의 대통령에게 기대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3개 정당이 연정을 이룬 형태로 대통령 후보에 나섰기에 당장 내각 구성 문제부터 시작하여 조코위 당선자의 국정 운영의 앞날에 많은 갈등 예상되지만, 개혁적친서민적소통형 리더로서 사랑받아 온 조코위 당선자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를 더욱 공고히 다지고, 인도네시아에 지속적 발전을 가져오는 새바람을 일으키는 주역이 되리라 기대해 본다.  

2014년 6월 15일 일요일

오늘날 인도네시아의 언어 현실

 오늘날 인도네시아의 언어 현실


이제 기말 과제 두 편만 작성하면 
인도네시아 대학교도 기나긴 방학에 접어든다. 
지난 두 학기를 보내면서 예비 언어 전문가인 동기들과 
학문에 열정이 남다른 교수님들 사이에서 
언어, 문화에 관련된 지식을 공부하면서
이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문화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꼈다.
 그러나 이토록 다채로운 언어와 문화를 가진 인도네시아가 
내외부적 여러 요인들로 인해 
자신들의 것을 지키지 못하고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큰 위기감과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인구 24천만의 인도네시아는 
바하사 인도네시아를 공식어로 채택하고 있지만
다양한 종족들이 사용하는 지방어는 
742(Lewis, 2009; SIL International Indonesia Branch, 2006)에 달한다고 한다
출처 : Language diversity, change and endangerment in Indonesia
(Multamia RMT Lauder and Allan F Lauder
Linguistics Department, Humanities Faculty, Universitas Indonesia)

자바어(7,520만 명), 
순다어(2,700만 명), 
말레이어(2,000만 명), 
마두라어(1,300만 명), 
미낭카바우어(650만 명), 
바탁어(520만 명), 
부기어(400만 명), 
발리어(380만 명), 
아체어(300만 명), 
사삭어(210만 명), 
마카사르어(160만 명),
람풍어(150만 명), 
레장어(100만 명)
이들 언어는 언어 사용자가 백만 명 이상인 
대표 지방 언어 13가지다(A. F. Lauder, 2003). 
그리고 나머지 729개의 언어들은 
사용 인구가 수백 혹은 수천 명에 불과하거나 
더 적게는 10명도 채 되지 않는 언어들이 있다고 한다
이런 소수종족 언어들은 현재 언어 사용자가 사망하면 
언어도 함께 소멸되는 위기에 처해있다
대부분의 소수 종족어들은 문자도 없이 
구어 형태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인구가 많은 자바섬에는 1 2천만 명 이상의 언어 사용자들이 
20여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데 반해
인구 2백만 명의 파푸아섬에는 
271개의 언어가 존재한다고 하니
어떤 희귀 언어는 사용자가 두 명밖에 되지 않아 
그 할아버지들 돌아가실까 걱정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웃어 넘길 일이 아니었다.

 유네스코의 세계 언어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언어들 중 약 30퍼센트만이 
세대간의 전달이 온전히 이뤄지고 있으며
나머지 70퍼센트의 언어들은 힘있는 언어에 밀리거나
거주자들의 이주, 정부의 잘못된 정책
소수민족 언어를 바라보는 부정적 태도, 사용자들의 질병이나 전쟁의 발발 등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점차 소멸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상황도 마찬가지. 
대중매체들 대부분이 바하사 인도네시아를 사용하고
이보다 더 심하게는 영어가 더 대접받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으며
소수 종족어들은 점차 그 지역의 학교 커리큘럼에서도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라 
지방어와 고유문화가 위협받고 있다.

좋은 직업을 구하거나 결혼을 위해서 
바하사 인도네시아를 사용하는 것이 소수종족 사이에서 당연하게 여겨지고
언어 접촉이나 거주 이전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소수 종족을 바라보는 다수의 태도나 교육제도 안에서 
지방어를 지지하는 정책 등의 변화를 통해서 
지방어의 계승이 꾸준히 이어져 
다채로운 언어와 문화가 
다양하게 공존하는 인도네시아를 오랫동안 경험하고 싶다

2014년 6월 14일 토요일

'빠당'으로 적을까? '파당'으로 적을까?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인도네시아어 표기 원칙

나는 인도네시아 음식을 대부분 좋아하지만
특히 Padang 음식을 몹시 좋아한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미낭카바우족의 전통 가옥 형태를 한 Padang 레스토랑은 
자꾸만 내 발길을 이끈다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널리 인기를 끌며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주변 국가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이 지역의 음식은 
한 번 맛보면 중독되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몇 년 전, 미국의 CNN 방송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1위를 기록한 것이 
바로 른당이라는 매콤한 고기요리인데
이는 대표적 Padang 음식이다
참고로, 인도네시아 음식이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1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도네시아가 미국에 이어 페이스북 국가별 사용자 
2위에 해당하는 나라이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Padang 음식을 한글로 표기할 때
빠당이라고 해야 현지 발음에 더 가깝고
매콤하고 자극적인 빠당 음식의 맛을 
제대로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파당음식이라고 표기하면 
왠지 모르게 싱거울 것 같은 느낌이랄까? ㅋㅋㅋ

인도네시아 학생들과 작문을 할 때도 
항상 학생들이 의아해 하는 부분이 바로 
인도네시아어를 한국어로 표기할 때 
된소리가 아닌 거센소리로 적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대학교는 왜 데뽁이 아니라 데폭에 있느냐고 묻는다
빨렘방이 아니라 팔렘방’(Palembang)이라고 적고 나면
왠지 수마트라가 아니라 어디 팔레스타인 옆에 
붙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 맛있고 쫄깃쫄깃한 음뻭음뻭의 맛을 
음펙음펙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제14항의 내용을 보면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도대체 왜 빠당음식이 더 현지음에 가까운데
된소리를 쓰지 않도록 한 것일까

우리말의 자음은 예사소리(, , ), 
거센소리(, , ), 된소리(, , ) 세 갈래의 대립을 갖지만
인도네시아어를 비롯한 많은 외국어 자음은
무성음( k, t, p )과 유성음( g, d, b ) 두 갈래 대립만을 갖는다
우리는 , , 을 각각 다른 소리로 구분하지만
영어에서는 ‘big’‘pig’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두 가지 구분만 있을 뿐
pig피그라고 발음하든 삐그라고 발음하든 같은 [p]로 인식한다

반대로 우리는 유성음과 무성음 대립이 없으므로
고기라는 단어가 두 개의 같은 자음 으로 인식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코기( kogi )’처럼
무성음 k와 유성음 g로 다르게 들리는 것이다

, 우리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외국어를 들을 때
이 무성음( k, t, p )들이 언어에 따라
영어나 독일어처럼 우리말의 거센소리에 가깝게 들리기도 하고,
프랑스어나 러시아어, 인도네시아어처럼
된소리에 가깝게 들리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언어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외국어의 p, t, k 소리를
강한 느낌을 주는 된소리(, , )가 아닌
거센소리(, , )로만 적도록 제한한 것이다

같은 무성음 [p]두 가지 다 허용하면
오히려 표기의 혼란이 가중이 될까 우려한 것이다
그러므로 인도네시아어의 경우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유성음, 무성음 두 갈래 대립뿐이므로
무성음은 거센소리 표기가 원칙적으로 맞는 것이다.    

학생의 이름을 한글로 쓰는 방법을 처음 가르쳐 줄때
Putri는 푸트리로, Yetti는 예티로 써야 한다고 가르쳐주면
학생들은 매우 의아해 한다
하지만,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그러한 것이다
외래어 표기법 역시 한글 맞춤법의 일부이고
외래어·외국어의 한글 표기를 통일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가능한 한 준수되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가도 
인도네시아어의 실제 발음과 너무나 동떨어진 외래어 표기법에 
실소가 절로 나오기도 한다
현실발음을 표기에 반영하라는 주장에 따라 
잘 통용되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하루 아침에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로 표준어가 바뀐 것도 머리 아픈 일이고
푸틴대통령이 하루 아침에 뿌찐으로 불리는 것도 복잡한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감칠맛 나게 들리는 빠당음식이 
약간은 퍼석퍼석하고 맛없게 들리는 파당음식이 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나는 오늘도 고민한다

2014년 5월 22일 목요일

한국어 수업중에 생긴일 (뽀로로 방문과 스승의 날 깜짝 파티)

토요일 한국어 수업 시간이었다.
갑자기 교실 밖 복도 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웬일이니~
뽀롱 뽀롱 뽀로로롱 뽀로로
 귀여운 뽀로로가 세종학당에 방문을 해 주었다. ㅋㅋㅋ


뽀로로 좋아할 나이는 다들 지난 어른들이지만,
어찌나 반가워하고 좋아들 하던지..ㅎㅎ
덩달아 나도 같이 신이났다.

"뽀로로 안녕??
뽀로로, 한국말 할 수 있어요??"
나는 신이나서 뽀로로의 손을 이끌고 우리 교실로 향했다.

교실에 들어와서 같이 사진도 찍어주는 다정한 뽀로로 ㅋㅋ
꽤 오랫동안 전 세계적으로 어린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한국의 만화 캐릭터 뽀로로.
귀여운 펭귄 캐릭터 뽀로로는 '어린이 대통령'이란 애칭까지 갖고 있다.

그러나 요즘 한국에선
타요 버스 때문에 그 인기가 잠시 주춤하다고 하지만 ㅋㅋㅋ
뽀로로의 굴욕 (사진 출처: www.tuntunsquare.com )

우리 학생들은 뽀로로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즐겁고 기억에 남는 시간을 보내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잠시 수업이 쉬는 시간에 다용도 홀에 가 보았다.
실은 우리가 수업하던 그 시간
오전 일찍부터 어린이 미술전 시상식이 있었고 
그 행사 때문에 뽀로로가 섭외(?)되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했을꼬?

헉, 분해된 뽀로로
ㅋㅋㅋ
나중에 알고보니, 뽀로로의 실체는 미코 씨였다는...
문화원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우이 대학교 한국어학과 졸업반 남학생 미코 씨.
엄청 잘 생기고, 점잖고, 한국어도 잘하고
가끔 내 대학원 과제도 검사해주는 미코 씨가 뽀로로 탈을 썼다고...
ㅋㅋㅋㅋㅋㅋ
땀을 흠뻑 쏟은 미코 씨는 저렇게 뽀로로를 분해(?)해 놓고 
땀 식히러 에어컨 앞에 가 있었고,


나는 낼름 뽀로로 얼굴만 한 번 써봤다. 히히
뽀로로 반가웠어, 안녕~

그리고 아래 사진은 지난 17일 토요일
이 날 따라 학생들이 집중 못하는 것 같고
분위기 어수선해서 왜이럴까 했는데,
수업 중간에 우리 학생들...
이렇게 케이크와 선물을 가지고 들어왔다.

내 생일도 아니고,
학생 중에 생일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왜이러시나 했더니,

이틀 전에 한국의 '스승의 날'이었다고
이렇게 또 학생들끼리 이벤트를 만든 거였다.
아이고, 우리 학생들... 참...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셨군요 ㅎㅎ
뭘 이렇게까지...
그렇지만 진짜 감동이에요.
정말 고마워요


게다가 직접 만든 왕관과 카네이션, 그리고 몸에 두르는 띠까지..ㅎㅎ




'우리 최고의 선생님♡'
이 문구 마음에 들어요! 히히~


학생들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
너무 좋아서 사진 찍는데 막 깜찍한 척까지 했다
ㅋㅋㅋ

그러고 보니,
나는 인도네시아에서도 한국의 '스승의 날'에
이렇게 멋진 이벤트를 매년 받은 것 같다.
나와 국적도 피부색도 다른 제자들로부터
이렇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니...
참 영광스러울 따름이다.
한국의 학생들처럼 '선생님의 가르침 감사합니다.' 하고
어려운 인삿말은 할 줄 몰라도
"선생님, Teacher's day 축하합니다!"
하면서 삐뚤빼뚤한 한글 카드와 편지를 전해줄 때
더없이 행복하다.












2014년 5월 14일 수요일

우이 도서관과 인도네시아 국립 도서관 그리고 인도네시아 언어변화

'언어변화'라는 과목을 금요일 오후에 수강하고 있다.
매주 과제와 발표를 산더미처럼 내주시는
카리스마 넘치는 미아 교수님의 수업.
나와 동기들은 매주마다 학교 도서관, 국립 도서관, 
심지어 정부기관까지
자료를 찾고 인터뷰를 하러 다니느라 바쁘다.
이번에 수행한 과제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신문과 현재의 신문,
그리고 그 중간 과정의 신문 기사를 통해
통시적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어의 변화를 살펴보고
조사 발표하는 과제였다. 

먼저 인도네시아 대학교 도서관

서적과 논문도 많고
Kebun apple(사과밭)이라 부르는 컴퓨터실도 있고
무엇보다 스타벅스와 한국식당이 위치해 있어서
비파 유학생들에게 늘 인기가 많은
인도네시아 대학교의 도서관!
독서실도 있고

자료 열람실도 있고

한국-인도네시아 문화 코너도 있다
우이 학생증이 있어야 도서 대출이 가능하다.

학교 도서관에서 이론서를 섭렵했으면
이제 인도네시아 국립도서관에 
신문 찾으러 가야지!

국립 도서관은 Jl. Matraman Raya에 위치

앗, 도서관이 매우 크구나...


Perpustakaan
내가 힘들어하는 발음 중의 하나가 도서관과 보건소
Perpustakaan, perkesmas
ㅋㅋㅋ

도서관을 찾은 날이 토요일이었는데...
귀엽게도 엘리베이터 카펫이 Sabtu(토요일)라고 깔려 있는게 아닌가 
ㅋㅋㅋ 그럼 이거 월요일되면 Senin으로 바뀌나?
참고로 토요일은 3시까지 도서관이 개방한다. 

입구를 찾아 들어가서 락커에 짐을 보관하고

신문 (surat kabar)이 보관되어 있다는 8층 꼭대기로 이동

이게 다 신문이여~
사서분들이 다들... 할머니...ㅋㅋㅋ
연세 많으신 이부들께서 도서관 업무를 보고 계셨다.
가장 오래된 신문 주세요!
몇 년도 신문 주세요!
몇 년도 것도 주세요!
자꾸 부탁했더니, 
니들이 갖다가 봐 하셨다는 ㅋㅋㅋ
그래서 운 좋게 금지된 열람실 내부에도 들어가 보고

이것이 가장 오래된 신문 1869년 수라바야에서 발행된 Tjahaja Sijang
너무 낡고 오래돼서 친구들이 신문을 살짝 만지기만 해도
 부스스 부서져 버렸다.
나는 겁나서 만지지도 못하고 그저 바라보기만...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고
복사해서 열람하게 되어 있는데
복사기에 얹기만 해도 부서지는 관계로
할머니, 아니 사서께서 사진 촬영을 허락해 주셨다 오예
인도네시아는 역시 ㅋㅋㅋ 허술해~


1870년 신문도 좀 더 살펴보기로...
인도네시아가 아직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였던 그 시절의 신문은 주로
문학 작품 소개나 소소한 사건을 담은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우리가 조사하기로 한 정치파트 기사가 너무 부족해서
어려움이 많았다.


요건 1869년과 2014년 중간 즈음인 1942년의 신문 Sin Tit Po
그리고 2014년 신문은 옛날 신문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서
수라바야 포스트 2014로 조사하기로 결정.

시간의 변화에 따라 나타난 신조어, 
음운론 변화에 따른 표기방법 변화,
통사적 변화와
외래어 표기 변화
네 가지 주제로 나눠 각자 분석 후 조별 발표 하기!
내가 맡은 주제는 외래어 표기 변화이다.

함께 자료조사를 나온 언어학과 동기들과

내가 분석한 외래어 표기 변화를 간단히 예로 들면...
1869년과 1942년에는 adoption 의 방법으로 
그대로 외국어를 채택해서 쓰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예) Politie, Guvernement, Activiteit 등
모두 네덜란드어를 그대로 사용한 경우다.

2014년에는 adaptation, creation의 방법이 사용된다.
외래어를 인도네시아어의 규범과 표기에 맞게 적응시켜서 사용하거나
예) Politie -> Polisi, conferentie -> konferensi 등

새로운 단어를 생성하여 사용한다.
예) Guvernement -> Pemerintah, Interview -> wawancara 등

저런 분석과 예문 찾는 일을 PPT로 여러장 작업을 했다;;

표기에 있어서 인도네시아어의 자음과 모음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알아두면 유용할 것 같아서 첨부해 본다.
그랜드 인도네시아 Arjuna 로비 근처에 멋스러운 카페가 하나 있는데, 
카페 이름이 'Djournal' 
디저널로 읽을 것이 아니라 
현대 표기로 치자면 그냥 Journal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Bandara Djakarta 해산물 레스토랑도
반다라 디자카르타일 필요는 없다. 
1942년도 표기 중에 OE가 있다.
인도네시아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초대 대통령
Soekarno 대통령이
소에카르노가 아니라 수카르노인 이유 ㅋㅋㅋ
그러므로 자카르타 공항 이름도
'수카르노 하타' 공항

이제 이름이 Djoko인 인도네시아 사람 이름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난감해 할 일은 없을 듯
이래서 사람은 배우고 익혀야...? ㅎㅎㅎ

내 생각에 우리조 발표는 참 잘했지만
역시 언제나처럼 교수님의 무수히 많은 지적과 수정 명령이 ㅋㅋㅋ
고되고 귀찮았지만, 
국립 도서관에 가서 희귀한 신문도 구경하고
인도네시아어의 변화도 공부하고
나는 한층 더 성장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