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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6일 수요일

항상 맛있는 과일만 먹기. 항상 좋은 삶을 살기.

여름휴가 때, 한국에서의 일이다.
집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고모가 방금 사들고 왔다며 
포도 박스에서 가장 싱싱하고 먹음직스런 포도를 골라 씻어주며 해 준 이야기다.

"여기서 이게 가장 맛있어 보이네. 이거 우리 은희 줘야겠다.
은희야, 앞으로 과일을 사면 무조건 가장 맛있고 신선한 것부터 먹어.
그 다음날도 남은 것 중에 가장 맛있어 보이는 걸로 골라 먹고.
그러면 넌 항상 맛있는 과일만 먹게 되는 거야. 
어떤 사람들은 물러터진 포도 아깝다고 상하기 전에 빨리 그것부터 골라먹고 
그 다음날도 가장 덜 신선한걸 골라먹더라.
그러다보면 그 사람은 항상 제일 맛없는 과일만 먹게 되는거야."

늦둥이 아들을 키우느라 요즘 행복에 빠져 지내는 고모는
내게 좋은 말들을 곧잘 해주는 나의 조언자인데,
그날만큼은 요즘 가장 우선 순위가 된 늦둥이보다도 
내게 가장 좋은 포도를 골라 건넸다.
결혼을 앞두고 인생이란 뭘까를 한참 고민하던 그 시기에
내 마음에 이토록 와닿는 말도 함께 해주면서 말이다.

그렇다.
그 순간 항상 맛있는 과일만 먹다보면
결국 그 과일이 없어질 때까지 나는 가장 맛있는 과일만 먹은 셈이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지금 이런저런 고민과 선택으로 머릿속이 복잡하다면
그 중에 가장 좋은 걸 골라 하는거다.
그리고 그 다음 선택의 순간에도
 또 그 다음의 순간에도...
그러다보면 그런 좋은 선택들이 하나하나 모여 
결국 좋은 삶을 이루는게 아닐까 싶다.
물론 객관적으로 모두에게나 다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좋은 삶을 산다는 건 
이처럼 포도 한송이로부터도 배울 수 있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나는 지난 여름, 그 순간 가장 좋은 선택을 한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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