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011년... 그리고 올해 2012년까지
내가 인도네시아에서 3년째 생활을 해오며,
라마단 금식기도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느꼈던 처음의 그 신선한 충격도
이제는 매년 돌아오는 연례행사려니 하고 무뎌져가고 있다.
그래도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구인 식욕까지 눌러 참으며
한 달 간이나 종교적인 수행을 하는 무슬림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경건해지는 마음이 드는 건 여전하다.
올해의 라마단 금식 기도 기간은 7월 20일부터 8월 18일까지였다.
총 30일동안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이 계속되는 금식기도.
한 달동안의 금식행사와 예배를 통해
육체적 고통을 이겨내고 새롭게 태어난 무슬림들은
8월 19~20일에는 이들의 명절,
'레바란' 혹은 '이둘 피트리(Eid ul-fitri 1433 H)'라 불리는
무슬림 최대의 이 명절을 큰 축제로 즐긴다.
새 옷을 입고 가족들과 모여 친지들을 방문하고
지난 날, 서로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비는 명절.
하루 전 날인, 19일부터 금식을 시작하는 무슬림들도 많았는데
(우리 학생들도 반 반 나뉘어 몇몇은 19일부터,
몇몇은 20일부터 금식에 돌입했다.)
안드리 선생님께 금식시작 날짜가 무슬림들 사이에서도 왜 다른가 여쭤봤더니,
무슬림력에서는 레바란 하루 전 날, 해진 후 저녁부터
레바란을 기념일로 인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하마디야(Muhammadiyah)의 무슬림들은
달력에 표기된대로 20일부터 공식적으로 금식을 시작했다.
(무하마디야Muhammadiyah : 1912년에 욕야카르타에서 처음 설립된 재단으로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무슬림 조직이다.
4,000여 개 이상의 학교와 병원, 고아원 등의 시설을 운영하며,
개혁적 성향을 띤 무슬림 조직.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무슬림 조직은 Nahdlatul Ulama)
라마단 기간에는 외국인이라할 지라도 금식 기도 중인 무슬림들 앞에서는
최대한 음식물 섭취나 물 마시는 것을 삼가는 것이 예의다.
인도네시아의 무슬림들은 원래도 화를 잘 내지 않는 성격이지만,
특히 라마단 기도 때는 더욱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성욕까지 억제하면서 성실히 기도를 한다고...
현재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100퍼센트 무슬림인데,
목이 말라 말하기 연습이 제대로 안되거나
대답할 때도 힘이 없어서 발음 연습같은 것은 엄두도 못낸다.
학생들과 같이 생활하자니,
나도 같이 점심을 굶는 분위기가 되거나
매일 내 점심 배달을 챙겨주는 오피스 보이에게
냄새 폴폴나는 식사 준비를 시키는 것도 마음 내키지 않아서
휴게실에서 다른 사람들 없을 때, 간단히 빵으로 식사를 때우게 된다.
라마단 기간에 자주 볼 수 있는 풍경들.
상점들 모습인데 문을 닫은게 아니라
커튼을 치고 영업을 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가게에 불이 켜 져 있다.
무슬림이 아닌 인도네시아인들과 외국인,
또는 무슬림이지만 임신 중이거나 생리중인 여성,
환자일 경우는 금식에서 제외가 된다.
예전에는 거의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고,
과격 무슬림들이 모여 사는 시골의 경우
문을 연 가게들이 테러(?)를 당하는 사태도 있었다고 하는데,
아주아주 오래 전 일이고...
현재 외국인들도 많이 살고, 점점 다원화되어 가는 인도네시아는
이렇게 나름의 라마단 금식기도 기간을 보내는 방식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눈치보며 먹기(?)로 한 달을 보내고 나면,
인도네시아는 축제 분위기
모두들 고향에 갈 생각에 들썩이고,
각종 바겐 세일과 소비를 촉진하는 프로모션이 행해지며,
사람들은 레바란 보너스를 두둑히 받고 행복해 한다.
그리고 이 때는 기부나 자선모금이 활발해지고
심지어 동냥하는 노숙자들의 깡통도 무거워진다는데...
학생들과 이번 학기 마지막 수업을 하던 날,
종강 날짜에 학생들이 직접 저녁식사 자리를 학교에 마련했다.
열량이 높은 튀김류의 간식과
달콤한 과일 화채 등으로 허기진 배와 갈증을 달랜다.
목마름만 대충 가시면 경건한 기도가 이루어지는데...
아랍어를 가장 잘한다는 에코가 이 날 기도를 이끌었다.
인도네시아의 거의 모든 건물에는 기도실이 갖춰져 있는데
여의치 않으면 휴게실에 기도하는 방향(메카가 있는 곳)이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다.
메카를 향해 일제히 절을 한다.
기도가 끝나고 기다리던 저녁시간,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면서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닭다리 한 덩어리와 밥, 그리고 약간의 채소.
하루 종일 금식한 사람치고는 소박한 식단이었다.
이렇게 Buka puasa(금식해제)를 학생들과 함께하면서
나는 이번 학기 종강을 맞았다.
한 달 동안 명절 연휴도 잘 보내고,
그동안 못한 여행도 휴식도 즐기면서 학생들은 좋은 시간을 보내리라...
그리고 나는 방학 한 달 동안
한국에서 아주 큰 일을 치르고
다시 인도네시아로 돌아올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