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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4일 화요일

매주 일요일 사물놀이 동아리 연습

사물놀이 동아리 연습

우리 가자마다 대학교 한국어 학과에는
자랑할 만한 학생 활동이 많은데
그 중에 단연 돋보이는 동아리가 있다.
바로, 사물놀이 동아리다.

코이카 선생님이 처음 파견된 것이 1997년,
그 이후로 사물놀이 악기들을 잘 다루시는 선생님 몇 분께서
동아리를 만들어 학생들을 가르쳐 주신 것을 시작으로 해서
몇 년째 이어져 내려오며 이제는 선배가 후배들을 가르치고
스스로 연습하는 멋진 동아리로 자리매김하였다.

매주 일요일 오후 3시,
사물놀이 동아리 학생들은 학교에 모여 선배로부터 사물놀이를 배운다.
나는 장구를 아주 조금 칠 줄 알고 사물놀이에 관심이 많아서
이 동아리 모임에 자주 참석해 함께 연습도 하고,
주스도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눈다.

제대로 된 공간이 없어 이렇게 빈 오토바이 주차장 바닥에 앉아 연습하는 것이 
안쓰럽지만, 학생들의 얼굴은 항상 밝은 웃음으로 빛이 난다.  

"하늘 보고 별을 따고, 땅을 보고 농사 짓고!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대낮같이 밝은 달아!"
신입생들이 이 추임새 부분을 너무 어려워하길래
이 김선생님이 나서서 쉽게 풀이해주고 입에 척 붙게끔 함께 연습도 했다. ㅋㅋㅋ


이 사진은 몇 달 전 학교에 외부 손님이 오셨을 때
우리 학생들이 환영 행사로 사물놀이 공연을 하는 모습이다.
학생들이 신명나게 악기를 두드릴 때면,
인도네시아와 한국이라는 국적을 넘어 우리는 하나가 된다.
머나먼 타국 인도네시아에서 우리의 가락을 듣는 느낌이란...
직접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알지 못한다.


말레이시아 초청 공연까지 다녀올 정도로 실력을 겸비한
한국어 학과 사물놀이 팀.
첫 시작은 미비했으나 그 명맥은 이들 스스로의 노력으로 더욱 발전하여 
멋지게 유지되고 있었다.
사물놀이 동아리는 지금,
자기들 나름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김치 담그기

김치 담그기

족자카르타 생활도 1년 4개월 째에 접어들었다.
그 동안 한국 음식이 생각나서 힘들었거나
현지 음식이 안 맞아서 고생했거나 한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뭐든 워낙 잘 먹으니까...^^;;;
그러다가 문득 2년동안 타국 생활을 하면서
혼자 김치는 한 번 담가봐야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11월 1일부터 2박 3일간 펼쳐질 한국의 날 행사 때
학생들과 함께 김치름 담가야 하기 때문에
미리 연습해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다. 히히
나중에 한국인 선생님이랍시고 학생들에게 김치 만드는 법 가르쳐 줘야할 때,
 허둥지둥 헤매고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싫었다.

지난 추석 때 격려 물품을 받은 것 중에 고춧가루가 있었고,
멸치액젓은 지난 달 한국에 갔을 때 한 병 사들고 왔다.
그리고 배추나 무, 마늘, 당근, 파 등의 야채 등속은 인도네시아산으로 준비 완료!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각종 야채를 깨끗이 다듬어 4~5cm 길이로 썰어서 준비했다. 


고춧가루 뿐만 아니라 고추도 넣어야 한다고 인터넷에 나와 있길래
현지의 매운 고추도 빻아서 준비하고


고춧가루, 고추 빻은 것, 멸치 액젓, 마늘 다진 것, 생강 다진 것을 한데 섞은 뒤
야채와 함께 버무려 소를 완성
나 좀 잘하는 것 같아 히히히

비닐 장갑 끼고 폼나게 쓱쓱 버무렸다.
색깔 좋고! 냄새도 역시! 갓 담근 김치 냄새가 상큼하게! ㅎㅎ
그런데 액젓이 많이 들어갔는지 조금 짰다. ㅠㅠ
짠 거 안 좋아하는데...

완성된 김치를 큰 통에 옮겨 담으니 3분의 2 가량 찼다.
뭐 김치 비슷한 매운맛 나고, 몸에 좋은 야채들 많이 들어갔으니까
일단 맛있게 먹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ㅎㅎ
희야의 첫 김치 담그기 나름 성공!


이거... 이래 보여도 불고기 맞거든요... ㅋㅋㅋ
김치 담근 기념으로 불고기도 만들었다.
오늘 무슨 잔칫날 같다.
김치에 불고기에...
혼자서도 이렇게 잘 먹고 잘 살아요 ㅋㅋ

한국의 양념과 현지의 야채로 완성한 김치
오늘 나는 김치 하나로 어른이 된 기분을 마구 느꼈다. ㅎㅎ 
다음 달에는 학생들과 더욱 맛있게 김치를 만들리라!

2011년 9월 29일 목요일

학생들의 졸업 논문과 시험

학생들의 졸업 논문과 시험

UGM의 정규 졸업식은 일 년에 한 차례지만,
부지런히 학점을 이수하고 졸업 논문 심사까지 마친 학생들을 위해
일 년에 네 차례나 졸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래서 학기 중에도 그리고 방학에도
현지 선생님은 물론 우리 코이카 선생님들까지
학생들의 졸업 논문 지도로 늘 분주하다.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주제로 책 한 권 분량의 졸업 논문을 작성하는데
우리 한국어학과는 반드시 한국어로 초록과 본문 요약을 첨부해야 한다.
학생들에게는 다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위 논문은 지난 6월 졸업한 Fajar의 것으로
<영화 '님은 먼 곳에'를 통해 본 한국인의 유교적 생활방식>이란 주제의 논문이었다.
배우 수애 씨가 등장한 영화로 베트남 전쟁 중에 시어머니의 명령으로
파병간 남편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를 향한다는 내용의 영화였다.
이 논문은 영화에 나타난 유교적 생활 방식을 분석한 것이었는데,
예를 들면 군인으로서 나라의 부름에 따라 파병을 떠난 것은 군위신강에 해당하는 내용이고,
남편에게 공손하고, 남편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까지 따라가는 행동은 부위부강,
그리고 시어머니를 지극히 모시고 그 명령에 복종하는 것은 부위자강에 해당한다는 등의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전문과정인 3년제 D3의 경우는 논문 표지 색이 흰색, 4년제 S1는 검정색이다.

Fajar의 논문 외에도
종결어미에 대한 다소 어려운 주제를 가지고 논문을 작성했던
한국말 잘 하는 Yeti의 논문과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를 내세우는 자바인의 기질과
 '빨리빨리'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기질을 비교한 Uci의 논문도 기억에 남는다.

거의 한 학기 동안, 길게는 1년 이상 준비한 학생들의 논문에
조언을 하고, 함께 번역과 수정 작업을 한 지도 선생님의 서명이
제목 바로 뒷 페이지에 들어간다.
제본을 마치고 산뜻하게 완성된 논문을 들고 찾아와 
서명을 부탁하는 학생들의 얼굴을 마주 대할 때면
마치 내가 졸업을 앞 둔 것처럼 마음이 설렌다. 

2008년에 개설된 4년제 한국어학과는 올 해 첫 졸업생들을 배출했다.
지금은 신입생들이 한국어를 미리 공부해 오고 어느 정도 알고 오는 경우가 많지만
초창기에는 완전 초보 수준으로 입학하여 중급 상태로 졸업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한국어 논문 요약과 초록 부분에 대해 초고 작업을 할 때는
정말 내가 다시 논문을 쓰다시피 했던 기억이 난다.

학과 사무실 앞에는 넓고 투명한 책장에 학생들의 졸업 논문이 진열되어 있다.
재학생들은 선배들의 논문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학생들 모두가 정말 진지한 자세로 혼신을 기울여 반 년 이상 졸업 논문을 작성한다.
그리고 졸업 논문을 심사받는 시험날에는 멀리 시골에서 부모님이 오셔서
자녀를 응원하고,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그만큼 졸업 논문이 이들 대학 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하나의 논문 완성을 위해 지도 교수님을 스무 번 이상 만나고 지도를 받는다.
그리고 혹여 부족한 점이나 잘못된 것이 있으면 냉정하게 다시 돌려 보내는 현지 교수님들,
이것이 바로 인도네시아의 대학 문화였다.
점점 드래그+카피로 변질되어 가며 형식적인 관례로 전락하고 만
우리네 대학 논문을 떠올리며 입맛이 씁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