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자카르타에서의 마지막 날
영원히 시간이 멈춰버린 듯,
한가롭고 아무 걱정없이 행복하기만 하던 족자의 생활도 어느덧 끝이 다가왔다.
흑흑ㅜㅜ
2년이라는 시간도 돌이켜보면 찰나구나...
현재 군인인 분들에게는 영겁의 시간이겠지만...
나는 원래 예정된 5월보다 조금 일찍, 3월 말 귀국하게 되었다.
그래서 3월 한 달은 그 동안의 업무를 마무리하는 각종 보고서와 서류준비,
인수인계와 개인신변 정리 등으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1학년들과의 마지막 수업이 있던 날,
아침 수업에 빈 자리가 많아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뒤늦게 들어온 학생들의 손에는 케이크와 각종 음식들,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송별회 때 꼭 빠지지 않는 Tumpeng까지 등장하는 것이었다.
아이고 우리 학생들 ㅠㅠ
무슨 돈이 있다고 이렇게 십시일반 돈을 모아 깜짝 송별회까지 열었다니~ 어흑!
그동안 감사했다고 말해주는 학생들 때문에
나는 막 눈물이 앞을 가리고... ㅠㅠ
Tumpeng 의 가장 꼭대기를 자르는 의식은 떠나는 이의 몫이다.
나는 울어서 빨개진 눈을 꿈뻑이며 정성스레 Tumpeng을 잘랐다.
그리고 남은 음식들을 모두 함께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우리 신입생들과는 함께한 시간도 길지 않고
정말 잘해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 멋진 송별회를 열어주다니...
꼭 다시 만나요~!
한국어 공부 지금처럼 열심히 하세요~!
D3 학생들에게도 멋진 바틱 드레스를 선물로 받고
학생들의 성원에 그 자리에서 직접 입어보고 사진까지...
'이렇게 가는 날까지 나는 받기만 하는군요.
정성어린 선물도, 따스한 관심도, 넘치는 사랑도 말예요.
영원히 잊지 않을게요.'
그날 저녁에 있었던 선생님들과의 저녁식사 시간.
이혜나 선생님의 송별회가 열렸던 바로 그 식당에서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 되었다.
'Ibu kita Kim EunHee jangan pergi~'
이부 카르티니 노래를 개사하여
이부김 한국에 가지 말라며 장난스런 노래를 부르시던 학과장님.
니닝 선생님께 바틱 손수건도 선물로 받고...
피트리 선생님께서는 너무 많이 눈물을 흘리셔서
나도 같이 끌어안고 펑펑 울어버렸다.ㅜㅜ
이렇게 족자에서의 잠 못 이루는 마지막 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9시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으로 출발하는데 예옌이 비행기 시간을 묻는다.
공항에 나올까봐 일부러 안 알려줬는데, 아니나 다를까 우리 8학기 학생들...
공항에서 새벽 6시부터 기다리고 있었단다...ㅠㅠ
족자에 와서 처음 맡았던 우리 2학년 학생들,
처음이라 부족한 것도 많았고, 많은 것을 가르쳐주지 못한 미안함도 커서 정이 많이 갔는데,
이제는 졸업 논문을 쓰는 졸업반이 된 이 학생들이
족자를 떠나는 순간까지도 내게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우리 예쁜 학생들 때문에 게이트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모두들 논문 잘 써서 졸업도 하고,
공부도, 취직도, 원하는대로 모두모두 이루기를!
자카르타에 와서 열어본 선물은...
우리 함께 찍었던 사진이 들어간 예쁜 머그잔이었다.
그 안에는 손수 쓴 편지까지...ㅜㅜ
편지를 읽어보며 눈물을 후두둑 후두둑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큰 사랑을 받은 지난 2년이 감사해서,
사랑하는 이들과의 헤어짐이 아쉬워서,
정든 것들과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함이 서운해서...
족자가 그리우면,
가자마다 대학교의 푸른 캠퍼스가 가슴 시리도록 생각나면...
다시 돌아올게요.
안녕 나의 정든 족자여~
그동안 너무 감동깊게 잘 읽었습니다.제가 꼭 인니에서 산 기분입니다. 늘 행복하세요
답글삭제안녕하세요. 인도네시아 한국어 수업 정보를 찾아가 들렀습니다. ^^ 다름이 아니라 한국어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서 희야님께 몇 가지 드릴 말씀과 여쭤볼 것이 있어서요. 자세한 이야기는 메일로 보내겠습니다. 확인 부탁드려요. ^^
답글삭제저도 간간히 들어와서 읽었는데, 정말 진솔하게 잘 작성된 것 같아서 보기가 참 좋았네요. 그동안 족자에서 한국어 가르치시느라 고생많으셨어요. 자카르타에서의 새로운 생활도 더욱 기대하시면 좋겠네요. ^^
답글삭제안녕하세요 ! 2011년 하반기 족자에서 공부한 한국외대학생입니다 ^^ 매일 여자셋이 쪼르르 다니던.. 족자에 가기전에 선생님의 글을 보며 족자생활을 그렸고, 한국에 돌아온 지금 역시 선생님의 글을 보며 족자생활을 회상하고 있습니다. 반가운 얼굴이 사진에 보이네요 ! 자카르타에서도 즐겁고 멋진 생활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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